#1. 불만사항 접수
2차 시제품 납품 후 2개월이 흘렀다. 2020년 6월 초...
그동안 딴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귀한 맥주를 몇 병 얻어 마시며...
나름 뿌듯해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큰형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신다...
맥주 발효조가 다 좋은데...
냉장고 컴프레셔 소리가 좀 많이 들리는데...
그리고 냉장 온도를 더 내릴 수 없을까?
라거를 발효시키려면 10도 이하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온도가 잘 안 떨어지네...
공식적인 AS 접수였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동안 고심했다...
"소음"과 "저온의 한계"...
가만히 생각해 보면, 2차 시제품에 사용했던 냉장고는 원룸 정도에서 쓰는 정도로 적은 용량으로,
상부 냉동칸은 0도 정도, 하부 냉장칸은 10도 정도를 목표로 만들어진 시스템인 것 같다.
컴프레셔 용량도 딱 요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20리터 대용량 물통을 넣고... 10도 이하로 내리려고 하니..
엄청 부담이 컸을 것 같다.
거의 24시간 컴프레셔가 동작했을 것이고...
중국산 컴프레셔의 소음이 많이 거슬렸을 것 같다.
이때, 이 문제를 같이 토론하던 이옹(李翁)께서 아이디어를 주신다.
요즘 냉동고 싸고 괜찮은 거 많이 있던데...
그걸 이용해 보는 건 어때?
내가 뭔가에 막혀서 고민할 때마다 항상 해답을 알려주시곤 한다.
참 화수분 같은 분이다.
그래... 2차 시제품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개량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다.
3차 시제품 설계에 들어간다...
설계 컨셉의 핵심은 냉장고가 아닌 냉동고 활용이었다.
#2. 시제품 제안서 작성
며칠 간의 구글링 끝에 3차 시제품의 기본적인 설계를 완료했다.
그리고는 신나서 큰형님께 구두로 보고를 드린다.
짧게 한말씀 하신다.
어우~~~ 싫어.. 우리 집에 이제 놔둘 데도 없어~~~!!
안돼... 만들지 마~~
그냥 있는 거 쓸게...
어?
지난번에 내가 느꼈던 단순한 부담만 가지고 계신 것 같지는 않았다.
추가적인 느낌은...
"니가 또 해봐야... 뭐 비슷하지 않겠어?"
딱 요런 느낌이었다... ㅠㅠ
우리는 이런 거 못 참는다...
어떻게든 제대로 된 넘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 당시, 큰형님께 카톡으로 제일 많이 보낸 이모티콘은...
요거 되겠다... (카톡에서 이모티콘 사면.. 여기 올려도 되남요? 안되면 삭제하겠슴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너무 완강하시다.
나의 실력을 못 믿겠다는 말로 밖에 안 들린다.
좋다...
그렇다면 나의 마케팅 능력을 총동원해서 고객의 지름 욕구를 한번 건드려 봐야겠다.
제안서를 작성한다.
당시 작성했던 제안서를 보여 드리면서 3차 시제품 설계 내역을 설명한다.
제안서 제목은 [그림 7-2]와 같다.
나름 폰트도 이쁜 거 쓰고... 맥주 그림도 하나 붙였다.
[그림 7-2], [그림 7-3]은 이 제안서의 핵심 되겠다.
첫 장에는 약간의 위기 마케팅을 가미한 기존 2호기의 불편함을 극대화하고...
두 번째 장에서는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안사고는 못 배기는 "홈쇼핑" 마케팅을 그대로 접목했다...
내가 써놓고도...
내가 사기꾼 기질이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기존 2호기의 문제점 및 원인 분석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그림 7-5] 참조.
[그림 7-6], [그림 7-7]에서는 새로운 시제품 컨셉 및 운용개념을 제시했다.
이어지는 자료는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제안되겠다.
그리고는 주요 부품 내역 및 소요 비용이 이어진다.
결과로 말하면...
전체 비용 얼마 안 들었다...
총 40만원 정도 든 것 같다.
[그림 7-14]에서 "파란색 LED" 부분은 2차 시제품의 LED가 빨간색이라 촌스럽다고 디스하신 "긴형님"의 요청사항을 반영한 내용이다.
#3. 제작 승인~~!!
며칠간 성의를 다해 작성한 제안서 때문인지...
후배넘이 너무 귀찮게 해서인지...
아니면... 믿기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믿어보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셨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제작 승인을 받았다... 캬캬캬
제가 5편에서 계약서 내용 말씀드리지 않았나?
"종신 업그레이드 및 A/S"가 포함되어 있다고?
ㅋㅋㅋ
[NOT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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