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항온기 DIY

2차 냉장고 기반 설계 (4/8)

대갈공명 2021. 1. 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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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차 시제품 문제점 접수

 

한동안 항온기 생각은 한 1년 정도 잊고 지냈다.

 

이따금 큰형님께 여쭤보면...

 

어... 좋아.. 쓸만혀~~~!

 

호들갑을 좋아하시는 큰형님의 이 정도 반응이면...

뭔가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있으신 게다...

디자인을 따지시는 분도 아닌데... 뭘까?

 

어느 날 넌지시 말씀하신다...

 

원래 온도가 15도 이하로 안 내려 가는겨?
아무리 기다려도 내려가지가 않네...

 

헉~~~!

그동안 여름 내내 항온기 온도가 1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후배가 열심히 만들어 줬다고...

말씀은 못하시고...

꾀 맘고생을 하신 모양이다.

 

 

#2. 문제점 분석

 

곧바로 문제점 분석에 들어간다.

제작 당시에도 약간 꺼림칙한 구석은 있었다.

 

첫 번째가 바로 브루어리 백 (Brewery Bag). [그림 3-1] 참조. (링크)

 

그림 3-1: 브루어리 백 

 

요넘의 아래와 같은 문제로 분석되었다.

ⓛ 자꾸(진짜 표준말이다) - 상단을 감싸고 아래까지 내려오는 이 구조로 인해 일부 냉기가 지속적으로 세어나가는 느낌이다.

② 보온 구조 - 은박 재질로 되어 있어 전반적인 공기의 밀폐 구조가 취약하다. [그림 3-2]와 같은 휴대용 쿨링백에 쓰는 재질이다. (링크)

 

그림 3-2: 휴대용 쿨링 백 

 

 

두 번째 문제는 펠티어 소자 용량이다.

비중이 큰 20리터에 달하는 맥주를 지속적으로 쿨링 할 수 있을 정도로 펠티어 소자의 용량이 크지 않다.

 

그래서 외부 온도 기준으로 약 10도 정도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여름 30도에서 10도 내려봐야 20도인데...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3. 해결 방안

 

해결 방안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도출되었다.

그건 냉장 백이 아닌 소형 냉장고를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냉장고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밀폐구조를 활용하고,

냉장고 내장 컴프레셔의 높은 냉각능력을 활용하면...

문제점 해결~~~!!! ㅋㅋㅋㅋ

 

생각보다 똑똑하다...

 

 

#4. 냉장고 선정

 

우리는 무조건 가성비 컨셉 아닌가?

선정한 냉장고는 중국산 창홍 ORD-092AMB. [그림 3-3] 참조.

92리터짜리다.

원룸 같은 작은 주거지에 많이 사용하는 용량 되겠다.

가격도 착하다.

 

그림 3-3: 냉장고 선정

 

 

냉장고를 개조하자면... 냉장고 내부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일단 냉장고 내부에 존재하는 온도조절기 원리를 찾아본다.

[그림 3-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센서 값에 따라서 컴프레셔의 전원을 켜고, 끄는 방식이다.

냉장고의 온도조절기를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림 3-4: 냉장고 온도조절기 원리

 

 

#5. 아이디어 스케치

 

일단 [3-5]를 보자...

냉장고에 들어오는 220V를 활용해서 온도제어기를 동작시키고...

설정 온도에 따라, 컴프레셔를 켜고/끄고...

설정 온도에 따라, 발열 소자를 켜고/끄고...

생각보다 간단하게 개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3-5: 아이디어 스케치

 

 

#6. 부품 선정

 

먼저 온도제어기를 선정했다. [그림 3-6] 참조.

선정 기준은 220V로 동작하는 넘이라는 거다.

1호기는 12V로 동작했지만, 요거는 220V 밖에 없으니...

 

그림 3-6: 온도제어기 선정

 

발열기는 냉장고 내부 공간을 감안하여 [그림 3-7] 소자를 선정했다.

요것도 당연히 220V로 동작하는 넘이다.

발열기를 냉장고 아래 야채칸에 넣을 예정이므로...

발열기 그냥 넣으면 불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림 3-7]과 같이 발열기를 넣을 수 있는 금속 소재 케이스도 주문했다.

ㅋㅋㅋ 근데.. 원래 이거 용도는... 고기 바베큐 할 때, 훈재 칩 넣는 도구라는 것... ㅎㅎㅎ

 

그림 3-7: 발열기 선정

 

그림 3-8: 발열기 케이스 선정

 

#7. 결선도

 

마지막으로, 결선도를 [그림 3-9]와 같이 그려본다.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림 3-9: 결선도

 

 

#8. 큰형님 제작 승인

 

앞서 언급한 1호기의 문제점, 해결 방안, 2호기 설계 내역을 큰형님께 자세히 브리핑한다.

 

그냥... 1호기 수정해서 어떻게 안될까?

 

느낌에... 새로운 장비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다.

후배 너무 부려먹는 것 같은 느낌도 좀 가지시는 것 같고...

재료비를 준다고 하니 후배넘이 펄쩍 뛰고...

 

사실...

손수 담그신 맥주를 몇 병씩 나눠 주실 때마다 염치없이 넙죽넙죽 받아먹고 있었다.

부담이나 염치로 따지면 내가 죄송해도 한참이나 죄송한 처지다.

만약 내가 맥주 재료비를 드린다고 하면 큰형님도 아마 경을 치실 분이다.

 

어떻게든 제대로 쓸만한 항온기를 만들어 드리고 조금이나마 신세를 갚고 싶다.

영 껄적지근해하시는 표정에...

그냥 질러 버렸다...

 

그럼 이거 만드는 조건으로 맥주 공급 종신 계약 어떠십니까?

 

깜짝 놀라시더니... 진심 곰곰이 생각하시고는 말씀하신다...

 

그러지 뭐... 한번 만들어 봐...

 

그때 큰형님께 말씀 못 드린 게 있다...

 

사실 종신계약은 "맥주 공급" 외에도...

"항온기 종신 A/S 및 업그레이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암튼 우여곡절 끝에 제작 승인이 떨어졌다.

 

[NOTICE]
혹시나 이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만드시려는 분을 위해 경고 말씀 드린다.
1. 이 작업들은 220 볼트 가정용 전기를 만지는 일이다. 잘못하면 불이 날 수도, 감전될 수도 있다.
2. 기존 판매되는 제품을 개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상사 발생 시 제조사에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3. 물론 이 글을 쓰는 나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온전히 본인의 책임 하에 개조, 운용하셔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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