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way 북쉘프 스피커 DIY

인클로져 설계 (feat. 마님 도마) (6/15)

대갈공명 2020. 12. 27. 17:35
728x90

 

#1. 스피커 구조

 

“요구사항 정의”에서 스피커 구조는 “기공형 북쉘프 (Book Shelf)”로 정리했었다.

 

그리도 유닛 제조사에서 유닛을 만들 때, 모든 형태의 스피커에 쓸 수 있게 만들지 않는다.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가정하고 만든다.

내가 선정한 탕밴드 유닛은 “기공형 북쉘프”에 최적화되어 설계되어 있다.

 

“기공형 (혹은 포트형으로도 불림) 스피커”를 [그림 6-1]을 보면서 간단히 설명해 본다.

 

그림 6-1: 밀폐형, 기공형 스피커 모양

 

스피커의 기본인 밀폐형은 유닛 빼고는 완전히 밀폐되어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구조이고,

기공형은 밀폐형 구조에 미리 계산된 구멍을 하나 뚫어 놓는 구조 정도로 설명되겠다.

 

“아무리 잘 만든 포트형이 밀폐형의 소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공형을 사용하는 이유는 작은 크기와 저렴한 유닛으로 저음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북쉘프 스피커에는 거의 기공형이 사용되는 편이다.

 

4장의 [그림 4-2] 유닛만의 주파수 특성과 [그림 4-4] 레퍼런스 스피커의 특성을 잘 비교해 보면, 유닛에서는 100Hz 이하를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구멍을 잘 뚫어 놓으면 60 Hz ~ 100 Hz의 신호가 기공에서 나온다.

 

요 성분은 유닛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뚫어 놓은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다.

이신렬 박사님께서 설명하시기로는 “헬름홀쯔 공명기(Helmholtz resonator)”원리라고 하신다.

맥주병에 입을 잘 대고 바람을 불면 저음의 소리가 만들어지는 게 이 원리다.

 

나오는 저음의 주파수는 맥주병의 크기와 맥주병 주둥이 크기 및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 이 이론은 이미 정립되어 있다.

스피커에서의 기공의 역할에 대한 더 자세한 기술적인 원리의 이해를 원하시면 구글 검색이나 이신렬 박사님의 강의 6회를 시청하시길 추천한다.

 

이신렬 박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구멍을 앞에 뚫느냐 뒤에 뚫느냐가 조금 다른데…

장단점이 있단다.

먼저 앞에 뚫으면, 유닛 신호와 구멍 신호의 위상이 잘 맞아서 좋으나, 스피커 내부의 잡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많아진다.

반면 뒤에 구멍을 뚫으면 잡소리는 거의 없어지지만, 구멍 신호와 유닛 신호 간의 위상이 달라져서 저음 특성이 평탄하지 않을 수 있으며,  스피커의 배치에 따라 저음 특성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뒤에 구멍을 뚫는 방식을 택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저음은 회절 특성이 좋아서 어떻게든 들릴 것 같고…

잡소리는 싫을 것 같다는 막연한 통빡 때문이다.

거기에다 [그림 4-6]과 [그림 4-8]의 스피커가 너무 예뻐 보였다.

앞에 구멍 뚫으면 그런 모양 안 나올 것 같다.…

 

결정은 과감하게.. ㅋㅋㅋ

 

 

#2. 유닛 파라미터

 

선정한 유닛의 파라미터를 한번 살펴보자.

Parts-express에서 제공하는 W6-2313 유닛의 각종 물리적인 파라미터 (유식한 말로 Thiele-Small 파라미터)는 [그림 6-2]와 같다.

 

그림 6-2: 스피커 유닛 파라미터

 

다른 건 너무 어려우니 설명하지 않겠다.

 

근데 중요한 Compliance Equivalent Volume (VAS)는 설명이 필요하다.

유닛 서스펜션(콘지를 잡고 있는 고무)의 탄력성을 밀폐된 공기 압축과 등가로 계산한 값이다. 뭔 말이여?

암튼... 중요하다. 기억해야 할 건...

이 체적이 맞지 않으면 스피커 소리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파라미터에서 VAS가 0.38cm3이니깐... 약 10.8리터.. 요 스피커 유닛은 북쉘프용이라는 말이 되겠다.

 

[그림 6-2]의 오른쪽에 명시된 스피커 체적 제안은 다음과 같다. 요것도 사실은 추정 값일 뿐이고, 실제로는 튜닝해야 한다.

① 밀폐형으로 하면, 약 1.83리터 체적이 최적이며, 이때 나오는 최저 주파수는 122.7Hz

② 기공형으로 하면, 약 7.45리터 체적이 최적이며, 이때 나오는 최적 주파수는 57.16Hz

 

요거는 어차피 추정한 값이니까…

실제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거쳐서 최적의 스피커 체적, 유닛/기공 위치, 기공 크기/길이 등의 값을 선정해야 한다.

 

모든 파라미터 변화에 따른 결과를 만들어 보고 측정해서 알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

 

 

#3. 시뮬레이션… 또 시뮬레이션

 

처음 스피커 설계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고, 처음 시뮬레이션 도구를 접하는 나로서는 퇴근 후의 모든 시간을 투자한 노력과 시간이 소모되는 끝없는 작업이었다.

1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최적 값을 찾아내기 위한 변수는 다음의 6가지였으며, 너무 기술적이기도 하고 지루할 수 있으니, 세부과정은 과감히 생략한다.

선정된 결과는 [표 6-1]과 같다.

두둥~~!

 

[표 6-1] 스피커 설계 변수 및 선정된 결과 

No.

변수

파라미터

선정된 결과

1

스피커 구조

밀폐형 vs. 기공형

기공형

2

스피커 모양

인클로저 체적 및 크기

- 내부 크기: W(204), D(252), H(334) (mm)

- 체적 15.17 리터 (내부 각재, 유닛 2리터 제외)

3

기공 크기/길이

최저 저음 주파수 선정

지름 2.5inch, 길이, 280mm

4

유닛 배치

배플에서의 유닛 위치

중앙

5

기공 배치

기공 위치

뒷면 상단

6

충진재 종류

재질 및 밀도

Polyester, Dfill: 40mg/cm3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위 파라미터 중에서 1, 2, 3은 엄청 중요한 변수 되겠다.

요거 바뀌면 특성 확확 바뀐다.

나머지 4, 5, 6은 특성이 바뀌기는 하지만 대세에는 지장 없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4. 시뮬레이션 중간 결과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그중에서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중간 결과를 공유한다.

 

첫 번째, 배플 Step.

 

배플(Baffle)은 스피커의 유닛이 붙어있는 면을 말하는데, 보통은 스피커 정면이 되겠다.

이 배플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서 스피커의 특성이 많이 변한다.

그래서 제조사에서 내놓는 [그림 4-2]와 같은 유닛 특성은 무한 배플(Infinite 배플, 면이 무한하다고 가정하는 것) 상황에서 측정한 값이다.

실제 상황에서 배플면은 유한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저음의 회절 현상 때문에 스피커에서 나오는 저음의 양이 작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현상이 일명 “배플 Step”이다.

 

[그림 6-3]에서 빨간 선은 무한 배플 일 때 시뮬레이션 결과이고, 파란 선은 한정된 배플일 때 결과이다. 비교해 보면, 저음에서 약 6 dB (신호 크기로 보면 ½) 정도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거는 어쩔 수 없는 물리적인 현상에 의한 결과이다. ㅠㅠ

 

그림 6-3: 배플 Step 효과

 

간단하게 생각해서 이퀄라이저로 이 부분을 높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시겠지만,

기존 방식의 이퀄라이저를 너무 많이 적용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돈 많으신 분들은 이 부분에 신호를 하나 더 만들어 주기 위해서 우퍼를 하나 더 추가하기도 한다.

 

두 번째, 기공 효과

기공형에서 기공의 효과는 앞에서 나름 설명했다. [그림 6-4]는 기공의 효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파란 선은 기공이 없을 때이다. 이때는 저음이 포인트가 100 kHz 부근인 반면, 기공을 추가한 초록색 선은 50 Hz 부근이 저음 포인트가 되겠다. 이론이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실제가 되는 순간이다.

 

그림 6-4: 기공 효과

 

 

#5. 최종 시뮬레이션 결과

 

최종 시뮬레이션 결과되겠다.

 

결과를 보여주기 전에, 먼저 스케치업으로 그린 스피커 모양을 먼저 보이는 것이 순서다.

외구 구조는 [그림 6-5], 내부 구조는 [그림 6-6] 되겠다.

스피커 두께는 약 1인치, 스피커 전면에 유닛에 중앙에 존재하고, 뒷면 상단에 기공이 존재한다.

스피커 내부는 절대 떨리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모서리 각재 4개가 배치되어 있다.

 

그림 6-5: 스피커 외부 구조

 

그림 6-6: 스피커 내부 구조

 

이 구조에서 최종 시뮬레이션 결과는 [그림 6-7]과 같다.

저음은 약 60 Hz부터 나온다. 그리고 2 kHz 이하에서의 비축 특성은 좋다. ㅋㅋㅋ

탕밴드에서는 W6-2313 유닛의 트위터 특성은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측정해 봐야 그 특성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6-7: 최종 시뮬레이션 결과

 

아... 이제 많은 것들이 결정되었다.

첫 경험이라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슷하게 나올지가 걱정이다.

아니다... 

일단 조립했는데 소리가 안 나면 어쩌지? 가 먼저 걱정이다. ㅠㅠ

 

스피커 구조 그린 김에 우리 집 거실에서의 설치 예상도도 한번 그려봤다. [그림 6-8] 참조.

TV 크기(60인치)와 거실장 색깔을 감안해서 배치한 구조… 생각보다 멋진데???

 

그림 6-8: 거실 설치 예상도

 

마님께 자랑삼아 그림을 보여주었다... 미쳤지.

 

뭐 이리 시커멓지? 소리는 나는겨?

 

힝~~~

 

 

#6. 마님 도마 만들기

 

나는 완전히 목알못(목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나무를 다듬어 본적은 한 번도 없으며, 집에 다들 하나씩 있다는 전동드릴도 없다 ㅠㅠ.

그런 입장에서 [그림 6-5], [그림 6-6]은 이러한 피치 못할 나의 사정이 반영되어 있는 디자인 되겠다.

나무를 깎아서 [그림 4-8]과 같은 멋진 디자인의 스피커를 만들 자신이 도저히 없는 것이다.

 

최종 도안된 스피커는 나무 재단 업체에서 후가공으로 제공해 주는 옵션만을 사용해서 조립만 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각각의 나무판은 구멍도 뚫려 있고, 45도로 사선 커팅도 되어서 와야 한다. ㅠㅠ.

 

대신 조립 후 샌딩, 스테인, 바니쉬 작업은 내가 직접 해야 한다.

그래서 목공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도마 만들기에 먼저 도전했다.

 

자금을 대 주신 마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할 수 있고..

1석 2조 되겠다.

 

먼저 도마 크기로 재단된 호두나무를 샀다.

1만5천원... 5만원짜리 자야 드릴, 사포, 톱 등 기본공구도 샀다.

어~~ 나무가 배송이 왔는데... 짤막한 나무를 하나 더 끼워준다. 느릅나무… 좋네...

 

드릴로 구멍 뚫고... 모서리 커팅하고...

사포질... 사포질... 사포질... 사포질... 끝없는 사포질...

엘보우가 올 지경이다... 죽을 것 같다...

내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나 보다...

 

결국 [그림 6-9]와 같이 완성된 도마를 마님께 조공으로 바쳤다.

 

그림 6-9: 마님 조공용 도마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왜 반들반들하지 않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무를 잘못산 것 같다.

 

여러 가지 나무 중 월넛이 좋다고 말을 들었는데...

월넛은 호두나무 아닌가... 걍 호두나무를 샀다.

 

근데.. 국산 호두나무와 북미산 월넛은 다른 나무였다.

호두나무는 월넛에 비하면 많이 무른 편에 속한다...

 

요즘 마님께서 도마 쓰시면서 궁시렁 거리신다...

 

으이그..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내가 이러고 산다.

 

하지만, 마님께서 추석에 고향에 가셨다가 양쪽 어머님들께 도마 어택을 날리셨다.

 

도마 만들어 줬는데... 뭐 좋지는 않지만... 만들어 주니깐 그냥 써요~~~ 홍홍홍

 

가증스럽다.

 

양쪽 어머님들의 묵시적인 강압으로 인해 결국 도마 두 개를 더 만들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월넛으로, 최대한 반들반들하게…

[그림 6-10]을 보시라... 멋지지 않은가?

 

똥파리도 미끄러질 정도다...

 

그림 6-10: 어르신들 조공용 도마

 

가을은 가까워지는데…

왜 갑자기 팔꿈치가 시큰거리는지 모르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