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way 북쉘프 스피커 DIY

요구사항 정의 (3/15)

대갈공명 2020. 12.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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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용자 요구사항

 

반 오기(傲氣)로 일단 만들어 보자 작심을 하고 보니…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선택지가 너무 많은 것이다.

 

강의에서 들었던 약 십여 가지 정도의 스피커 구조를 하나하나 따져본다.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까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다 아니야... 이건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안 돼...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쓸 것인지... 그리고 비용을 얼마를 들일 것인지야...
이런 최상위 요구사항이 나오면... 어떤 기술을 쓸 건지 고민해야겠지...
올~~ 있어 보여...

 

사흘간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 와중에 미스터 트롯 “임영웅”에 푹 빠져 있는 마님이 보인다.

심지어 “우리 웅이”라고 부른다. 헐...

 

우리 웅이는 노래할 때 나 만을 위해서 불러주는 것 같아…

 

뭐 이런 말을 하면서... 쩝...

 

잘 때도 스마트폰 스피커로 노래를 한참이나 듣고 자곤 한다.

샘이 좀 나기는 한다.

 

그래... 첫 번째 요구사항...

[요구사항 ①] 거실에 설치해서 온 가족이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내가 음악 들을 때는 [요구사항 ②] 블루투스로 멜론 연결해서 듣고,

마님 “우리 웅이” 노래 들으실 때는 [요구사항 ③] TV와도 상시 연결 가능한 오디오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2. 비용 요구사항

 

이건 어렵네...

미려한 외관을 가진 톨보이(Tall Boy) 스피커가 좋아 보이긴 한데...

유닛도 많고... 그럼 비싸질 것이고...

결정적으로 목공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터라 자신이 없다.

 

처음 스피커 만드는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형태로 만들어 보자.

 

좋아... 두 번째 요구사항...

[요구사항 ④] 재료비 총비용 100만원으로 스피커랑 오디오 시스템을 꾸며보자...

그리고 저음이 없으면 허전할 것 같으니,..

[요구사항 ⑤] 기공형 북쉘프 (Book Shelf)로..

 

결정~! 쾅쾅쾅~~!!

고민은 오래 하지만, 결정은 즉흥적으로… ㅋㅋㅋ

 

 

#3. 스피커 디자인 요구사항

 

그럼 모양과 성능은?

일단 유명한 제품을 찾아보자.

이쁜 넘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 3대 북쉘프 중의 하나로 불린다는 B&W 805D.

 

현지 가격은 6,000불... ([그림 3-1] 참조).

 

그림 3-1: B&W 북쉘프 스피커 805 D3

 

국내 최저가 8백2십8만원... ([그림 3-2] 참조).

후덜덜하다.. 딱 스피커만의 가격이다.

앰프네.. DAC이네.. 뭐 이런 거 다 따로 사야 된다.

 

그림 3-2: B&W 805 D3 국내 최저가

 

까짓 거 목표야 높으면 나쁠 것 없지 않은가?

좋다.. 이 넘을 내 목표 시스템으로 정해 본다.

단, 디자인과 외부 마감은 빼 달라...

성능을 목표로 잡은 것이지 손재주 없는 내가 이렇게 유려하고 비싸 보이는 스피커를 만들 자신은 없다.

 

디자인 요구사항은 [요구사항 ⑥] 내가 만들 수 있는 최대한 이쁘게 되겠다.

 

 

#4. 스피커 성능 요구사항

 

내친김에 목표 스피커 (B&W 805 D3)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주파수 응답 (Frequency Response)을 찾아본다.

요즈음은 오디오 시스템 제조사에서 내놓는 특성을 제3의 전문가가 각종 기재재를 이용해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올려놓는 좋은 시스템이 존재하더라.

 

내가 주로 참고한 사이트는 오디오사이언스리뷰 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AV 시스템의 성능을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 후 그 결과와 함께 추천 여부를 알려준다.

 

[그림 3-3]은 내 레퍼런스 스피커의 가장 중요한 스피커 주파수 응답을 보여준다.

빨간색이 스피커 정면에서 측정한 값이고, 나머지 선들은 평면 기준으로 비껴진 각도(Off-axis) 별 특징이다 (비축 특성이라고도 한다).

 

그림 3-3: B&W 북쉘프 스피커 805 D3 주파수 특성

 

음...

8백만원짜리 스피커 치고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오디오 전문가가 명기라고 하니.. 내가 모르는 뭔가 다른 게 있다보다.

그래.. 이 그래프가 목표가 되겠다.

 

일단 [요구사항 ] 저음 주파수 60Hz,

[요구사항 ⑧] 최대한 평탄한 주파수 응답, [요구사항 ⑨] 최대한 평탄한 비축 특성.

 

이 그래프가 얼마나 아름다운 곡선이며, 이렇게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 글의 마지막 즈음에 알게 된다.

처음에 이 곡선을 만만하게 봤던 내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부끄럽기만 하다.

그래서 이론만 배워서 아는 척하면 안 된다는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된다. ㅠㅠ

 

 

#5. AV 시스템 성능 요구사항

 

이제는 스피커를 포함하는 전체 AV 시스템 요구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제일 많이 따지는 성능 스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자세하게 알 필요까지는 없다.

 

① AV 시스템 최대 출력 : 와트(Watt)로 표시하며, 소리를 얼마나 크게 낼 수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

② 왜곡 특성 : SINAD, THD, IMD 등 어려운 용어로 표기하며, 선형/비선형 왜곡을 평가하는 지표

③ 시간축 특성 : 주파수별 위상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측정하는 지표

④ 크로스토크 (Cross-talk) : 좌우 채널 간의 격리도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지표

 

실제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더 많고 복잡한 평가지표가 존재하지만...

나는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요구사항을 설정한다.

 

[요구사항 ] 최대 출력 30W 이상

[요구사항 ] 비선형 왜곡 THD 1% 이내

 

다른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내 생각에는 위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해서 요구사항으로 정의한 것이다.

사실 이 정도 재료비로 저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도 쉽지 않다. T,.T

 

[요구사항 ⑩]은 AMP의 용량을 말하는 것인데...

그냥 통빡으로 때려잡은 거다.

아파트 거실에서 이웃들의 컴플레인 없이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출력이 끽해야 20와트 정도 될 것 같다.

30와트 정도면 관리실에서 전화 올지 모른다.

그래서 30와트 되겠다.

단, 30와트에서... [요구사항 ⑪]은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다음 [요구사항 ⑪]은 조금 어렵지만, 꼭 이해가 필요한 개념이기도 해서 최대한 쉽게 한번 설명해 볼까 한다.

먼저 [그림 3-4]를 보자.

가로축이 주파수이고, 세로축은 크기 되겠다.

만약, 소스기기에서 10kHz 단일 주파수 신호를 보냈다고 가정하자.

소스 디지털 신호는 DAC → AMP → 스피커를 거치면서 소리가 나온다.

 

그림 3-4. 왜곡(THD)의 개념

 

스피커를 통해서 10kHz 신호만 출력되면 (그림에서 Fundamental signal에 해당) 아무 문제가 없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DAC, 앰프, 스피커에서는 하모닉 성분이 나온다. 

 

하모닉(그림에서 Harmonics): 일명 비선형(Non-linear) 왜곡이라고 불리는데.. 10kHz의 정수배 주파수에 신호가 생긴다. 
이 하모닉의 존재 유무가 스피커+오디오 시스템 잡음의 최대 적이다. 

 

THD (Total Harmonic Distortion)는 Signal Power를 하모닉 성분 Power의 합 (1차, 2차, ... n차 주파수 신호의 합)으로 나눈 값이다.

다른 말로, THD가 1%라고 하면, 소스 신호에서 1,000의 신호를 보내면, 하모닉 성분을 다 더한 값이 10이라는 말이다.

 

나 같은 막귀는 이 정도면 잡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너무 기술적인 검토를 해서 그런지...

머리가 아파온다...

역시 나 답지 않다.

 

 

#6. 요구사항 정리

 

주절주절 설명했던 요구사항 11가지를 정리해 본다. [표 3-1]이다.

깔끔하다 ^^.

 

표 3-1:  정리된 요구사항

 

오른쪽에 우선순위도 정해보았다.

비용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찬찬히 확인하고, 내 손재주를 감안해 보니...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하”의 우선순위를 가지게 되었다. ㅠㅠ

 

  

#7. 결재 상신

 

마님께 넌지시 돈 달라고 이야기해 본다.

 

어... 이런 사람이 아닌데... 너무나도 흔쾌히 허락한다.

 

통장에 돈 넣어주면 되는 거야? 대신 지금 돈 없으니... 2개월 할부야... 담달에 50만원 더 줄게...

 

고마우면서도 뭔가 찜찜하다...

 

얼마 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과속 딱지 10만원 떼고 온 게 많이 미안했었나?

 

아무튼 자금은 확보되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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