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항온기 DIY

들어가며 (1/8)

대갈공명 2020. 12. 2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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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RO.

 

요즘은 다양한 취미를 가진 분들이 많다만...

조금 특이하다 싶을 정도의 취미를 가진 분들이 내 주위에 계신다.

 

바로...

수제(手製) 맥주, 수제(手製) 막걸리를 만드는 분들이다.

한자로 보면 직접 손으로 술을 만든다는 (술은 빚는다는 말도 쓰죠) 말이며, 영어로는 homemade, handcraft 되겠다.

 

옆에서 지켜본 수제 술 제조 과정에는 많은 노동, 정성, 세심함, 그리고 예민한 감각이 필수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게으르며 감각이 무딘 편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며,

나 같은 사람들은 술 만드는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

다만 나는...

마시고...

취하고...

즐기는 것이 좋을 뿐이다.

 

대신 술을 빚으시는 분들을 친한 지인으로 두면...

심심찮게 그 귀한 진미(珍味)를 맛 볼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좋다.

대신, 입맛만 고급이 되어 시중에 파는 맥주/막걸리가 순식간에 맛이 없어진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다.

 

직장 선배님 중에서 술 제조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 계신다. (이후 "큰형님"으로 칭한다.)

막걸리를 시작으로, 와인, 복분자를 거쳐 거의 10년 이상 술을 빚으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근래 몇 년 동안 맥주 제조에 심취하셨다.

에일, 흑맥주, IPA, 포트비어... 셀 수도 없이 많은 맥주를 만들고 그 맛을 공유해 주셨다.

 

어느 날 큰형님께서 말씀하신다 (참고로 서울 분이시다. 절대 충청도 분 아니다).

 

술은 말여... 발효 온도에 따라 맛이 너무 달라진단 말여...
사시사철 일정한 맛을 내려면 항온기()가 있으면 딱인데 말여...
하나 만들어 볼텨?

 

그리고는 주섬주섬 부품을 챙겨서 까만 봉다리에 챙겨 주신 게...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총 프로젝트 기간은 2019년 3월에서 2020년 6월까지...

기간은 길지만 간헐적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진행했기 때문에...

실제 소요된 기간은 약 2개월 정도 되는 것 같다.

 

큰형님께 오더를 받을 당시 내 머릿속에 떠오르던 항온기는 [그림 1-1]과 같은 비어머신 뭐 이런 거였다...(링크)

술도 따라서 마실 수 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다.

 

그림 1-1: 처음 생각했던 항온기 모양

 

근데..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항온기 정도면 상용으로 파는 것들도 많을 텐데...

왜 그런 걸 안 쓰실까?

검색을 해본다.

 

원래 항온기라는 건 대학 실험실 혹은 병원 등에서 시약이나 시료의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서 사용하는 용도였다.

금액대는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100만원은 훌쩍 넘어가고, 좋은 건 1,000만원을 넘는다. 링크 참조.

 

상용 항온기는 용도에는 맞지만, 맛있는 술 몇 잔 마셔볼 거라고 들이기에는 아까운 과학 기자재였다.

 

그때서야 이해한다.

 

아~~ 가성비를 최대한 고려한 항온기가 필요하신 거구나...

 

 

#2. 세 가지 종류의 항온기 시제품

 

이 프로젝트는 1차로 끝나지 않았다.

무려 3번에 걸친 시제품 제작 후 마지막 시제품이 큰형님 Home 양조장에서 열일하고 있다.

 

1차 시제품에 약 2주,

2차 시제품에 약 1개월,

3차 시제품에 약 2주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일단 남자는 두괄식이다.

 

사진부터 보여 드린다.

 

 

[1차 시제품]

 

펠티어 소자 (뒤에 자세히 설명한다)를 활용하고, 브루어리 백 (Brewery bag)을 앵글에 고정한 타입

쬐끔 없어 보인다.

 

그림 1-2: 항온기 시제품 #1

 

[2차 시제품]

 

중국산 소형 냉장고에 여러 가지 보조장치를 부가한 타입

그나마 좋아지긴 했지만..

뭔가 조잡한 느낌이...

 

그림 1-3: 항온기 시제품 #2

 

[3차 시제품]

 

중형 냉동고(냉장고 아님)를 활용해서 깔끔하게 만든 최종 타입

요거는 기능, 성능, 운용성, 디자인, 안전성 등 모든 요구사항을 만족한 항온기 되겠다.

 

그림 1-4: 항온기 시제품 #3

 

이어지는 글에서는 3차에 걸쳐 만들어진 항온 발효조의 제작 과정을 설명한다.

 

매 단계별로 어떤 컨셉으로 설계를 하고 제작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는지...

문제점 해결을 위해 다음 단계 설계에서 어떤 점을 반영했는지...

뭐 이런 거 위주다.

 

시간이 나는 대로 차근차근 글을 써볼 생각이다.

 

[NOTICE]
혹시나 이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만드시려는 분이 계신다면 먼저 경고 말씀부터 드린다.
1. 이 작업들은 220 볼트 가정용 전기를 만지는 일이다. 잘못하면 불이 날 수도, 감전될 수도 있다.
2. 기존 판매되는 제품을 개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상사 발생 시 제조사에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3. 물론 이 글을 쓰는 나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온전히 본인의 책임 하에 개조, 운용하셔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드린다.

 

너무 분위기 무거워지는 거 아냐?

그래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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