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way 스피커 DIY

2.5-way로의 변경 (6/12)

대갈공명 2021. 2.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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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식하면 용감하다.

 

본 자작 프로젝트의 당초 목표는 “3-way 북쉘프 스피커 자작”이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만들고자 하는 스피커의 종류가 설계 도중 갑자기 바뀌었다. ㅠㅠ

“2.5-way 북쉘프 아닌 스피커 자작”으로...

 

처음 2-way 스피커를 나름 성공적으로 만든 후,

두 번째 스피커에 대한 내 생각은 단순, 무식했다.

 

2-way 북쉘프 스피커를 만들어 보니...

작고 좋기는 한데...

저음이 허전하네...

이번에는 중후한 저음을 위해서...

그냥 서브우퍼 하나 더 달아서...

“서브우퍼+미드레인지+트위터” 조합으로...

3-way 북쉘프 스피커 만들면 되지... 뭐...

 

참...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실감 난다.

하지만, 이 전환 과정에서 또 한 번 스피커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2. 3-way 북쉘프 스피커 검토 결과

 

네이버 “스피커 공작(이후 스공)” 카페에 2회에 걸쳐 다음의 두 글을 공유하고,

나의 어설픈 3-way 스피커 설계내역을 검토받았다.

인클로져 상세설계 (4)

인클로져 설계변경 (5)

 

스공 무림의 초절정 고수님이신 “초롱이”님께서 내 글에 댓글을 친히 달아 주시면서...

설계에 문제점을 지적해 주셨고... 유닛 주문을 극구 말리셨다.

참고로, “초롱이”님은 스공 카페의 창시자 겸 방장 겸 신격화되어있는 분이다.

실제로 스피커를 수십 종 만드셨고...

약 200여 페이지 분량의 “스피커 공작 매뉴얼”도 저술하신 분이다.

지금껏 스공 카페에서는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자료이다.

 

유명한 그분이 나의 스피커 제작 진행을 말린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3-way는 “우퍼+미드레인지+트위터” 구조가 기본이다. 일반적으로 서브우퍼는 3-way에 쓰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② 지금 구조로 가면, 서브우퍼와 미드레인지 신호의 겹치는 대역이 거의 없어서 매끄러운 결합이 거의 불가능하다.

③ 서브우퍼의 음압이 상대적으로 미드레인지/트위터 대비 많이 낮아서... 미드레인지/트위터 음질 열화 우려 및 앰프 용량 증대 등 희생이 너무 크다.

④ 3-way는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부피가 엄청 커지는데... 설치 공간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초롱이"님의 마지막 종합의견... 

 

설계 내역대로 제작하면...
저역만 궁궁거리고 해상도 낮은 답답한 스피커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2.5-way로 방식을 변경할 것을 권고드립니다. 

 

내가 얼마나 무식하고 용감했는지 알 수 있는...

충격적인 검토 결과였다...

 

“초롱이”님은 더 나아가...

2.5-way 스피커 설계를 위한 귀한 참고 의견도 주셨다.

 

서브우퍼 필터의 컷오프(Cut-off) 주파수를 500Hz 정도로 설정하고...
위상 변화를 최소화하는 2차(2nd-order) 정도 필터를 걸어 주셔요~~

 

대단한 직관력과 통찰력이다.

스피커 수십 종류를 만들어 본 능력자만이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 되겠다.

 

작년에 카페 가입할 때 한번 읽었지만... 기억이 어렴풋한...

“스공 매뉴얼”을 다시 차근차근 2회에 걸쳐서 정독한다.

 

“역시 스피커 자작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ㅠㅠ”

 

  

#3. 2.5-way 스피커 설계 난항

 

2.5-way 스피커는 생소한 개념이기는 하다.

 

개념에 대해서는 잘 설명된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설명 겁나게 쉽게 잘 되어 있다.

링크

 

암튼...

스공 매뉴얼 정독 이후 내린 나의 최종 결론 역시 2.5-way로의 전환이었다.

일단, 3-way는 톨보이(tall-boy) 스피커에서 쓰는...

고 난이도의 스피커였다... ㅠㅠ

 

그렇다면...

새로운 미드우퍼 유닛을 선정해서 트위터와 조합해서 2-way를 만들고...

미드우퍼는 저음만 보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2.5-way 밖에 답이 없었다.

  

“좋다... 2.5-way 설계해 보지... 뭐”

“그냥 미드우퍼 유닛 똘똘한 거 고르면 되지... 뭐”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단순하다… ㅠㅠ

 

그.런.데…

.

.

.

.

 

아무리 찾아도…

내가 원하는 체적(5리터 전후)에...

원하는 재질(Paper)에...

원하는 주파수 특성에...

원하는 가격을 가진 유닛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ㅠㅠ

 

그제야 큰 명제를 깨닫게 된다.

 

스피커 설계에서는 체적이 깡패다.

 

작은 체적에 저음을 왜곡 없이 만들기 위해서는...
나름 고유의 기술을 가지고 제작하는 고가의 유닛을 사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나처럼 중저가 유닛을 사용해서 만드는 스피커는...

체적을 작게 하려고 하는 노력이 결국은 음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중저가 유닛으로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체적을 쓰는 방법 밖에 없다... ㅠㅠ

 

 

#4. 새로운 스피커 개념 설계

 

좋다...

그렇다면 북쉘프(Bookshelf) 개념은 과감히 포기한다.

그렇다고... 톨보이(Tall-boy)는 너무 무식하게 생겨서 싫다...

 

그래... 어차피 거실에서 들을 거니깐...

나무로 만든 스툴(stool) 위에 놓고 들을 수 있는 체적이 큰 스피커를 만들어 보자...

일단 알맞은 스툴(stool)을 먼저 찾자...

 

[그림 6-1]은 선정된 스툴 되겠다.

비록 대나무로 만들었지만...

월넛 색상도 있고...

가격도 착하고...

좋다...

 

일단 스피커의 가로(31cm), 깊이(39cm)는 이 스툴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그림 6-1] 스피커 선반용 스툴

 

당시 내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이 실현된 최종 도안은 [그림 6-2]이다.

요렇게... 스툴 위에 딱 맞는 크기로...

만들어서 설치할 생각이었다...

북쉘프 스탠드에 올리면 높이가 너무 높아지고...

머리가 커 보일 것 같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한 거다...

 

[그림 6-2] 설계된 스피커 거실 설치 예상도

북쉘프(Bookshelf)는 책장에 넣고 쓰는 작은 크기 스피커를 칭하고..

톨보이(Tall-boy)는 옷을 넣는 높은 서랍장을 말하는 말이니...

내가 만든 이 스피커는 크게 보면... 스툴(stool) 타입의 스피커라 칭할 수 있겠다.

모두 다 스피커랑 관련된 가구 종류로 스피커 종류를 구분 중이니까..

 

나의 2.5-way 스피커는 스툴(stool) 타입이여~~~~

 

 

#5. 미드우퍼 유닛 선정

 

최종 선정한 유닛 3종은 다음과 같다.

① 서브우퍼 (구매 완료)

   - 제조사: Tang Band (대만)

   - 모델명: W6-1139SIF (6.5인치)

   - 진동판 재질: 종이(paper)

   - Qts: 0.40

   - VAS: 11.79 Liters

② 미드우퍼 (신규 선정)

   - 제조사: Scanspeak (덴마크)

   - 모델명: 18W/4434G00 (6.5인치)

   - 진동판 재질: Coated Fiberglass

   - Qts: 0.35

   - VAS: 20.7 Liters

③ 트위터 (구매 완료)

   - 제조사: Peerless by tymphany (덴마크)

   - 모델명: XT25SC30-04 (1인치)

 

[그림 6-3] 제조사가 제시하는 주파수 응답 및 임피던스 곡선 (파랑: 서브우퍼, 초록: 미드우퍼, 빨강; 트위터)

 

 

#6. 설계 시 고려사항

 

유닛 선정과 설계 시 고려했던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서브우퍼/미드우퍼는 격벽으로 분리

동일한 미드우퍼 두 개를 사용하면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으나...

나는 다른 종류를 사용하므로... 당연히 분리한다.

 

② 전체 체적은 35 리터 정도

최적의 체적을 계산해 주는 링크를 이용해서 각각의 체적을 유추한 결과는 [그림 6-4]와 같다.

서브우퍼는 11.45 리터, 미드우퍼는 12.95 리터...

전체 체적을 두 개의 합 보다 많이 설정한 이유는...

일단 체적은 조금 큰 게 좋을 것 같았고...

서브우퍼의 저음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유 체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림 6-4] 유닛 별 최적 체적 추정 결과

③ 두 공간에 모두 2인치 포트 사용

충분한 저음 확보를 위해서 각각의 공간에 2인치 지름의 포트를 적용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서브우퍼 포트 길이는 28cm, 미드우퍼 포트 길이는 26cm로 결정했다.

 

④ 체적 및 포트 길이 튜닝

사실 음색의 깊이감은 체적과 관련이 깊고, 저음의 하한선은 포트와 관련성이 높다.

따라서, 제작 후 체적과 저음 하한선을 튜닝할 수 있도록 가변으로 설계한다.

이렇게 한 이유는 3-way가 아닌 2.5-way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우퍼 유닛도 종류가 다르니...

튜닝 요소가 많을 것 같아서이다.

포트는 그냥 가변 포트 쓰면 되는데...

체적인 가변 설계가 까다롭다.

[그림 6-5]에서 보는 것처럼 빨간색 격벽을 움직일 수 있게 설계할 예정이다.

그림은 기본, 최고, 최저 체적 별로 서브우퍼/미드우퍼의 체적 변화를 나타낸다.

 

[그림 6-5] 가변체적 구조 (괄호안 체적이 실질 체적)

 

 

#7. 시뮬레이션 결과

 

위 설계 고려사항을 반영해서 설계한 인클로져 외형은 [그림 6-6]과 같다.

크기는 폭(31cm), 깊이(39cm), 높이(52cm)

유닛 배치는 위로부터 트위터, 미드우퍼, 서브우퍼 순서다.

왼쪽에는 각 우퍼의 포트가 있다.

내 눈에는 생각보다 이쁘다...

 

[그림 6-6] 인클로져 설계 결과

 

주파수 응답 시뮬레이션 결과는 [그림 6-7]과 같다.

서브우퍼를 제외하고는 거의 제조사 측정치와 유사하게 나온다.

 

[그림 6-7] 주파수 응답 시뮬레이션 결과

 

그다음 따져 볼 것은 유닛별 수평/수직 지향성.

[그림 6-8], [그림 6-9]의 서브우퍼/미드우퍼는 지향성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림 6-10]의 트위터는 수직 방향으로 10도 이상 위를 쳐다보고 있다.

상세설계에서 설명할 트위터 차음벽을 추가했을 때 결과가 [그림 6-11]에 있다. 괜찮아진다... ㅋㅋㅋ

 

[그림 6-8] 서브우퍼 지향성
[그림 6-9] 미드우퍼 지향성
[그림 6-10] 트위터 지향성 (차음벽 적용 전)
[그림 6-11] 트위터 지향성 (차음벽 적용 후)

 

다음은 체적 변화에 따른 저음 주파수 곡선 변화...

예상대로 [그림 6-12]와 같이 나온다.

 

[그림 6-12] 체적 변화에 따른 저음 변화 (빨강: 서브우퍼 2L 증가, 초록: default, 파랑: 서브우퍼 2L 감소)

 

 

#8. 상세설계 내역

 

앞 글에서 설명했던...

인클로져가 가져야 할 소양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①  유닛과 포트를 제외하고는 공기가 절대로 세어 나와서는 안된다.

②  최대한 단단한 재료로, 최대한 두껍게, 최대한 딴딴하게 만들어야 한다.

③  유닛 진동이 인클로저에 전달되지 않아야 한다.

④  내부의 소리가 유닛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내부에서 감쇄를 해 주어야 한다.

⑤  저음 회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야 한다.

⑥ 트위터 주위에는 차음재를 붙여서... 너의 베플은 콩만 하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⑦ 트위터와 미드우퍼의 콘지 위치를 옆에서 볼 때 정렬시켜야 한다.

⑧ 우퍼의 회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베플에 흡음재를 부착해야 한다.

⑨ 못생긴 베플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서 성긴 재료로 된 그릴을 부착해야 한다.

 

위 9가지를 최대한 고려하여 설계한 상세설계 디자인은 [그림 6-13] ~ [그림 6-19]이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체적/포트 튜닝을 위해서 스피커 옆면이 열리게 설계되어 있으며, 엄청난 양의 뻔데기 너트와 개스캣이 부가된다.

②  스피커 제일 앞면에는 우퍼의 베플 스텝(Baffle Step)을 최소화 할 흡음재를 붙인다.

③  트위터 유닛 앞에는... 고무 재질의 차음재를 붙여서 지향성 개선을 도모한다.

④  트위터를 1인치 뒤로 밀어서... 우퍼들간의 시간축을 정렬한다.

 

[그림 6-13] 베플면 세부 분해도
[그림 6-16] 트위터와 우퍼간의 위상 정렬
[그림 6-17] 옆면 개폐
[그림 6-18] 옆면으로 열린 스피커 내부
[그림 6-19] 체적 변화 그림

 

[그림 6-19]의 체적 변화 그림을 잘 보면...

격벽 아래/위에 뭔가 기둥이 서 있다.

이 기둥은 움직이는 격벽이 공기를 적절하게 밀폐할 수 있도록...

튜닝 시에만 임시로 설치해서 사용할 "높이 조절 가능한 씽크대 다리" 되겠다. ([그림 6-20] 참조, 링크1링크 2)

 

 

[그림 6-20] 격벽 임시 고정을 위한 씽크대 다리

 

[그림 6-21] ~ [그림 6-23]은 스피커의 외형을 보여준다.

 

나의 스툴(stool) 타입의 2.5-way 스피커... ㅋㅋㅋ

 

 

[그림 6-21] 스툴위에 설치된 스피커 전면
[그림 6-22] 스툴위에 설치된 스피커 후면
[그림 6-23] 설계된 스피커 거실 설치 예상도

 

 

#9. 소회 (所懷)

 

나는 스피커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공돌이다.

그리고.. 심각한 워커홀릭(Workaholic)이다.

 

"만약 스피커 개발이 내 직업이었다면?" 이라고 잠시 생각해 본다.

아마도 두 번에 걸친 큰 설계변경은 나에게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이다.

세상이 무너질 것같이 뭔가를 하고 있었겠지...

힘들어하면서...

 

하지만...........

같은 일을 하더라도 "직업"과 "취미"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재미있어하는 일에... "부담"과 "스트레스"만 쪽~~~ 하고 빼버린 거라고나 할까?

 

암튼...

뭔가를 알려주는 이가 있어 감사하고...

뭔가를 알아가고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설계된 스피커를 보고 있으면...

도대체 어떤 소리가 나게 될지...

설레기 시작한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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