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조 및 수리

레인지 후드 수리 및 청소

대갈공명 2021. 2. 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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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님 지시사항

 

며칠 전부터 요리하시는 마님께서 가스레인지 후드가 잘 안 켜진다고 구시렁거리신다.

 

거기 버튼 잘 눌러봐~~~~

 

어... 켜질 때가 있고 안 켜질 때가 있다.

왜 그럴까?

 

모르겠다.

켜질 때까지 몇 번이고 눌러보라고 이야기하고...

관심 없이 지낸다.

 

왜냐?

나는 크리에이터(Creator)니깐...

 

나는 뭔가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좋아하지만...

고장 난 거 수리하는 건 딱 질색이다...

지루하고... 재미없고...

고치면... 당연하고...

못 고치면... 욕먹고...

 

하. 지. 만...

모든 경제권을 쥐고 있는 마님 슬하에 있는 나는...

요즘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두 번째 스피커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커 DIY 관련 글 링크)

 

어차피 자금을 융통하려면...

아부도 조금 해야 하니깐...

그래... 이거 수리와 청소를 깔끔하게 한번 해 보자.

 

마님께 흥정을 한번 해본다.

 

수리비 3만원 주면 고쳐줄께... 

 

진짜? 그럼 고쳐봐~~~
대신 못 고치면... 사람 불러서 고치는 비용 알아서 하기~~~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이걸 제대로 못 고치면...

수리비 지불은 물론이고 두 번째 스피커 제작 자금 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2. 레인지 후드 분해

 

일단, 구글링부터 해본다. 

한 블로그에 좋은 글이 있다… 자신감 뿜뿜~~!

일단 분해를 해 본다. ([그림 1] 참조)

분해는 간단하다. 나사 네 개만 풀면 된다.

 

그림 1:  분해한 레인지 후드

일단 깜짝 놀란 건... 엄청난 기름때...

10년은 너끈히 넘어 보이는 세월의 흔적이 장난 아니다.

 

그런데, 막상 분해하고 보니 별거 없더라는...

AC 모터 하나랑,

AC 모터 기동 콘덴서 (Starting Capacitor),

전구 하나,

스위치... 끄~~ 읕~~!

 

AC 모터는 원래 기동 콘덴서가 있어야 동작을 하는데... (옛날 선풍기에도 100% 들어 있음)

콘덴서라는 놈이 원래 수명이 있어서 10년 이상 쓰면 용량이 변해서 교체를 해 주어야 한다.

 

모터가 동작/미동작을 반복하는 상황이라면...이 콘덴서가 문제일 확률이 90% 이상일 것 같다.왜냐? 모터는 고장나면 그냥 안될 뿐 동작/미동작을 반복하지는 않을 거니깐...

 

기동 콘덴서 사진이 [그림 2]에 있다.

납땜이 되어 있지 않고...

위에 있는 꼬다리 빼면 쑥 하고 빠진다.

 

그림 2:  기동 콘덴서

 

400V(볼트), 2.0uF(마이크로패럿) 짜리 콘덴서다.

여기서 400V라고 하면, 이넘이 최대로 견디는 전압이 400V라는 이야기고...

2.0uF은 콘덴서 용량 되겠다.

 

부품 주문할 때, 볼트는 400V 이상인 넘으로 사면되고...

용량은 AC 모터와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같은 용량으로 사는 게 좋다.

 

11번가에서 부품을 찾았다.

450V 2.0uF

가격은 개당 1,750원 + 배송비 2,500원... ㅠㅠ ([그림 3] 참조)

일단 주문부터 한다.

 

그림 3:    부품 구매

 

 

#3. 기름때 제거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던 후드가...

내부를 보니 10년 정도 묵은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림 4] 참조)

 

그림 4: 10년 묵은 기름때 ㅠㅠ

 

일단 전기 배선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를 한 다음에...

세제와 물로 완전히 닦아내 버렸다...

PB 세제를 쓰면 좋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퐁퐁으로 열나게 닦으니...

닦이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청소비까지 10만원 부를걸 그랬다...

 

그리고 한나절을 말려준다. ([그림 5] 참조)

 

그림 5:  말리는 중

 

 

#4. 부품 교체 및 동작 확인

  

이틀 만에 부품이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면서...

기동 콘덴서를 꽂는다.

 

버튼을 눌러본다...

 

우~~웅~~~~!!

 

잘된다.. ㅋㅋㅋㅋ ([영상 1] 참조)

 

 

영상 1: 동작 확인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로 마님께 수리비를 청구한다.

 

문화 상품권으로는 안될까?

 

이런...

부부간에 이런 상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다니...

뻔하다... 문화 상품권을 나한테 주고...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할 심산이다.

 

No

 

단호하게 거절하고...

끝내 현금 3만원 받아냈다~~~~!!!

 

며칠 후 마님께서 요리 중에 한 말씀하신다.

 

이거 왜 이렇게 시끄러워?
수리한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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