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주관적 음질평가 및 앰프 교체 (13/15)
#1. 두둥~~ 청음회
오롯이 나를 위한 스피커 및 오디오 시스템이라고 계속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한번 받아보고 싶었다.
(속마음은 약간의 자랑질 성격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몇몇 지인들을 모아 놓고...
간단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음질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자리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청음회(聽音會) 정도...
너무 거창한것 같긴 하지만 다른 단어가 생각이 안 나니까 이걸로 하자.
참석하신 분은 스피커 제작에 앞서 나에게 긍정적인(?) 오기를 제공해 주셨던 세분되겠다.
세분의 오디오 경력에 대해서 알아보자.
[긴형님] Hi-Fi 오디오 30년 경력의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시고,
[큰형님] 수년에 걸친 오디오 바꿈 행동 (“바꿈질”이라는 용어의 높임말이죠...)을 통해서,
지금은 명품 시스템 한 세트를 꾸미고 뒤도 안 돌아보고 음악을 즐기고 계신 분이시고,
[이옹(李翁)님] 15년 이상의 오디오 경력을 가지고 계시지만,
나름 실용 오디오를 추구하시는 실학파이자 실력파이시다.
[NOTICE] |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각설하고... 세 분의 냉정한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① [서론] 일단, 신기하다...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
② [총평] 생각보다는 괜찮네... (요거는 후배 기 죽이지 않으시려 하신 말씀으로 이해한다.)
③ [긴형님] 실내악 정도의 소편성은 듣기 괜찮은데... 대편성은 아니라는...
④ [큰형님] 저음이 약하지만.. 그래도 영~~ 이상하지는 않네...
⑤ [공통의견] 고음이 너무 크게 들려서 약간 거슬림...
나름 오디오를 수십 년간 즐겨오신 분들의 열화와 같은 칭찬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은 기가 죽는다. 힝~~!
그래도 내 귀에는 마냥 좋게만 들리는 건...
나의 선천성 막귀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만든 오디오에 대한 애착이 가져다준 착각일까?
근데.. 참 대단한 형님들이시다.
내가 미리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고음이 강화되어 있다는 걸 말씀하신다.
특히나 긴형님은 스테레오 좌/우 입력이 바뀌어 있는 것도 청음만으로 알아내셨다.
항상 배울 점이 많은 대단한 형님들이다.
#2. DAC/앰프 교체 후 청음
처음부터 긴형님께서는 중국산 DAC과 앰프를 탐탁지 않아하셨다.
갑자기 제안을 하나 하신다.
DAC/앰프가 문제인지, 스피커가 문제인지 모르니... 내가 집에 가서 DAC이랑 앰프 들고 와서 물려보자.
나만의 올인원 시스템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궁금함에 한번 해보자고 한다.
먼저, 교체한 건 DAC ([그림 1-1] 참조). 모델명은 “Chord Chordette Gem”
블루투스와 USB를 지원하는 DAC이다. (참조링크)
긴형님의
이거 싼거여~~ (진짜 충청도 분이심)
라는 말씀과 함께 음악을 들려주신다.
솔직하게... 나는 차이를 잘 모르겠다.
그런데 형님들은 좋아졌다고 하신다...
그런가 보다... 싶다.
두 번째로 교체한 장비는 앰프 ([그림 1-2] 참조). 모델명은 “Aura VA-100” (참조링크)
이거 싼거여~~
청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그런데...
그런데...
이러면 안 되는데...
뭐지? 아까 듣던 같은 음악이 훨씬 좋게 들리네...
앰프 교체 후에는 막귀인 내 귀에도 소리가 너무 좋아졌다.
정확하게 표현은 안되지만... 고급진 느낌?
2시간여에 걸친 청음 이후 긴형님께서 결론을 내리신다.
일단, 스피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 내가 집에 가져가서 여러 가지 시스템이랑 한번 물려 볼게... 에이징도 해 줄게...
마다할 이유가 없다.... 흔쾌히 부탁드린다.
근데.. 저기 구석에 나만의 올인원 시스템이 내장이 터진 채로 뚜껑이 열려 있다...
미안... 너는 안 데려가신데... ㅠㅠ
그리고 세 형님께서 내가 만든 스피커에 이름을 지어 주셨다.
스고이(すごい)
맘에 꼭 드는 이름이다.
청음회의 결론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다고 굳이 의미를 갖다 붙인다. *^^*
#3. 임자 만난 스피커
이삼 일간 긴형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다양한 DAC과 앰프를 물려서 스피커를 테스트해 보셨다.
간간히 동영상을 보내 주시면서 여러 가지 평을 해 주셨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장점]
① 탄탄한 스탠드에 힘 좋은 앰프를 쓰면... 엄청 좋은 소리가 난다. (진짜 엄청이라고 하셨다.)
② 특히 진공관 앰프에 물리면 진가가 나타난다.
③ 블루투스로 들을 만한 스피커가 아니다. USB로 무손실 파일을 들어야 진가가 나타난다.
[단점]
① 고음이 많이 나오는 건 고쳐야겠다.
② 장르를 많이 가리는 편이다.
보내주신 사진과 동영상은 [그림 1-3]과 [영상 1-1] ~ [영상 1-6]과 같다.
구두로 허락을 받고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 일부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4. 충격적인 청음
이주일 간의 충분한 에이징 작업 후, 스피커를 받으러 긴형님 댁으로 갔다.
거기에서 긴형님께서는 다음의 두 가지 귀한 물품과 한가지 이용권을 후배 오린이에게 하사(下賜)하셨다.
① 개인적으로 들어보시고 괜찮았던 DAC과 DDC ([그림 1-4] 참조)
② 북쉘프에는 필수적이라고 말씀하시던 스텐드 ([그림 1-5] 참조)
③ Master 음질 및 무손실 파일을 스트리밍 하는 Hi-Fi 쟁이들 간에 유명한 타이달(TIDAL) 계정 (링크 참조)
참 염치도 없는 후배다. 넙죽 받는다.
참 후배 챙겨 주시는게...
나는 내 후배에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퍼주신다.
기특하고... 대견하고... 뭐 이런 느낌이셨던 것 같다.
그 와중에 긴형님께서는 내가 만든 스피커와 형님 오디오 시스템을 물려서 몇 가지 음악을 나에게 들려주신다.
.
.
.
.
.
.
.
엄청난 충격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이 소리가 진정 내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란 말인가?
이 생동감 있는 소리가 정녕 내가 만든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란 말인가?
하마터면 테이블에 있는 모든 장비를 싹~~ 훔쳐서 집으로 가져가 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5. 앰프 교체
스피커는 쓸만하다고 하셨고…
DAC은 쓸만한 넘으로 하사 받았고…
이제 힘 있는 앰프만 구하면 된다…
큰형님께서 어울릴만한 앰프 중고를 구하기 위해 게시판을 찾아다니신다.
중고 50 만원, 100 만원 정도의 앰프다.
당장 물건이 없어서 잠복 중이었는데...
갑자기 내 스피커 제작의 사부님이신 이신렬 박사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앰프는 말이죠... 비싼 거 살 필요 없습니다. 스피커가 못 울려 주면 끝인데... 뭐
중국산은 좀 그렇고... 정통 오디오 하는 회사들 있지 않습니까? 인켈, 아남 등등...
거기 회사 걸로 출력 좀 높은 거 사면… 주파수 특성 평탄하게 잘 나옵니다.
정확하게 옮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뉘앙스의 말씀이셨다.
그래.. 신품 200~300만원짜리 앰프는 내 DIY 컨셉이랑 맞지 않아~~~
또다시 폭풍 검색 끝에...
우리의 당근 마켓에서 인켈 AX-7030G 앰프가 올라온 걸 발견했다.
나름은 레트로 명기에 속하는 앰프라고 한다.
주저 없이 약속을 잡고, 사러 갔다.
레트로 오디오 마니아분께 정말 관리 잘된 시스템을 샀다. [그림 1-5] 참조
채널당 155와트의 힘 좋은 앰프 되겠다. (참조링크)
제조일자 기준으로 약 25년이 지난 레트로 앰프니까...
여차하면 주요 부품을 모조리 갈아 끼우는 오버홀(Overhaul)을 해 볼까 생각하고 샀는데...
상태가 너무 좋은 것 같다.
다음에 시간 나면 오버홀을 한번 해 보고 글을 올릴 예정이다.
#6. 개미지옥의 시작인가?
긴형님 댁에서의 두근거림을 기억하면서 서둘러 시스템을 세팅해 본다. [그림 1-6] 참조
① 스텐드에 스피커를 올리고...
② 하사하신 DAC을 연결하고, 올인원 껍데기는 재활용 했다 *^^*
③ 당근에서 산 고출력 앰프를 연결한다.
긴형님께서 들려주신 음악 몇 개를 들어 본다.
두둥~~!
.
.
.
.
우이쒸~~~!!
다르다... 달라도 완전 다르다...
뭐가 다르지? 아~~ 미치겠네~~~”
이건 뭐... 그때 감흥은 하나도 없이 그냥 맥 빠진 소리였다.
아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그때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어뜩하냐...
버둥거릴수록 서서히 더욱 더 세차게 빠져드는 개미지옥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당분간은 예전에 읽었던 "중용"을 읽으면서 지름신의 속삭임에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